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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시골에서 아침일찍 일어나 산책이나 하는거지 뭐~

해피콧 2018. 6.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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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3

 

낮에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골에 와서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침 새벽에 일찍 깨서는 잠이 오질 않는다. 그냥 일어난 김에 밖에 나가서 산책이나 하기로 한다. 5시쯤 눈이 떠진 것 같은데 그냥 한시간을 넘게 잠 못들고 누워있다가 그냥 해도 떴겠다 밖에 나가서 산책이나 하지 하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다.

아이는 9시정도는 되어야 일어날 테니 2시간 정도 그냥 혼자 시간 보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가볼까 하다가 좀 잠은 안오면서도 몸은 피곤함이 풀리지 않아 언덕이 없는 월티저수지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한다. 거리는 대략 1.5킬로 정도이니 다녀오면 1시간 정도 걸릴 거리이다.

 

시골마을의 끝자락 언덕배기에 집이 있어 조금씩 언덕을 내려가다보면 한필지씩 논도 있고 밭도 있고 집도 있다. 그러다가 언덕을 다 내려오고나면 논이 펼쳐저 있는 그런 전형적인 산골 시골마을이다.

마을을 다 내려오고 나면 마을을 감싸앉고 있는 성주산이 보인다. 성주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북쪽 기슭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경사로면의 마을은 아니고 경사를 다 내려온 거의 평평한 평지같은 언덕의 마을이라서 산의 북면이라 생기는 그늘진 곳은 아니다. 그래도 겨울철 해가 낮을 때는 해가 빨리 지기는 하다.

 

마을의 남쪽방향에는 성주산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고, 북쪽 방향으로 넓게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우리 집도 북쪽방향으로 대문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현관문 앞에 이끼가 끼어있긴 하지만 집 뒷면이 남쪽이라 뽀송뽀송하다.

이렇게 논 옆길을 걸어간다. 아침 일찍이지만 햇살이 따갑다. 이론상으로는 햇빛이 시골이라 더 따가울 것도 없을텐데 평소보다 더 따갑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에 밖을 걸어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걸까? 모자의 절실함을 느끼며 눈앞을 손등으로 가리고 걸을 수밖에 없다.

걷다보니 월티저수지이다.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오는 길에 다양한 꺼리 없이 계속 비슷한 논이 펼쳐져 있어서 인 듯 싶다. 집 앞에서부터 언덕 내려오기 까지는 다양한 모양의 주택들이 있어서 주택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해서 덜한데, 논이 나오면서부터는 집도 없이 논만 있고 계속 눈앞에 같은 풍경이 반복되어 시간이 멈춘것 같다. 내 머릿속에는 주택에 비해 논에대한 관심이 덜하다보니 더 멀게 느껴지게 하는 듯하다. 이유를 좀 갖다붙여보았지만 실제로는  오랜만에 와서 거리에 대한 감을 잃어서 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이기 또 혼자 걸으니까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을 게다.

저수지의 물이 많이 줄었다. 사진상이 보이는 땅처럼 보이는 곳이 원래는 다 물이었다. 대천항에서 회를 포장해 와서 오른쪽에 보이는 숲 맨 앞자리 물가 바로앞에 돗자리 펴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아마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6년이상 전 일이구나. 그 때처럼 한 번 회 포장해서 와서 먹어야겠다

저수지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모판. 모내기를 다 하긴 한 것 같은데 좀 더 하려고 불리고(?) 있는 것 같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어서 그렇게 짐작만 한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어 기쁜산책이다.
전에는 몰랐던 걸 알아가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뭔가 알고 싶은게 많은 그런 사람인가보다. 꼭 도움이 되어서라기 보다는 호기심이 많고 호기심이 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관광지에서도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싶고 더 체험하고 싶어하는 그런 성격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상은 우리에겐 단순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좀 더 확대해석 해본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경험하러 이세상에 온 것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관광하듯이 삶을 대하고 너무 심각하지 않게 대하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또랑에 모판이 뚝 떼어져 있는 거 처음 봤다고 참 별스러운 의미부여를 한다. 나도 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이 뭐 하며 또 가볍게 넘긴다. 

다시 돌아가는 길

들꽃이 피어있다. 누군가 심은게 아닌 자연적으로 자리잡게 된 꽃들일 것이다. 예전에 본 윤식당에서 윤배우가 했던 말 중에 '나이들면 꽃만 보여' 이런 말이 기억난다. 나는 나이 별로 많지도 않은데 꽃만 보인다. 내 정신이 나이들었나 하고 잠시 생각도 해본다. 좋은 의미로서의 나이듦 말이다.

 

다시 언덕으로 올라오는 길에 집들이 띄엄띄엄 하나씩 둘씩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다. 이렇게 보니 집들이 배산임수인건가? 앞에 강은 아니지만 모내기하느라 논에 물을 대어놓으니 물이 가득차있으니 한시적인 배산임수인 것이다. 잠시 쉬어가며 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운을 받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