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일상다반사

슬램덩크가 준 선물

해피콧 2008. 9. 5. 20:08
'); }
'); }
 최근까지의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주위에 가끔 일본 에니메이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속으로 좀 이상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아마도 나도 모르게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그리고 거부감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연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드래곤볼, 슬램덩크 이 두 만화는 참 열렬히 봤었다. 드래곤볼은 중학교 때, 슬램덩크는 고등학교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한편 빌려 보고, 다음 편은 언제 나오나 하며 손꼽아 기다리면서 보았었다. 드라마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만화를 비롯한 모든 창작물들은 비슷한 중독성이 있고 그런 재미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 한편을 볼때는 특별한 마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방아쇠가 당겨졌든 한번 발동이 걸리게 되면 다음편이 기대되고 또 다음편, 다음편 하는 식으로 중독이 되는 것이다.

 최근 슬램덩크DVD를 빌리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예전에 만화책으로 보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에 우연히 한편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갑자기 슬램덩크에 빠져들게 되었다. 역시 처음 마음먹게 만드는 게 힘들지 뭐든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나의 성격이 만화보는 데에도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일본어로 말하고 일본이름을 쓰는 슬램덩크가 영 어색하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예전에 TV에서 우리말로 더빙된 만화를 봤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편 두편을 보다보니 일본어 슬램덩크에 익숙해졌고 다시 편안해 지면서 만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슬램덩크에 빠져 지내기를 며칠이 되고 나도 모르는 새에 만화에 나오는 일본말들을 따라하면서 즐거워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만화 등장인물들이 자주 쓰는 웃긴 상황을 만드는 말들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고, 따라하면서 즐거워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일본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은 사라지고, 즐길 수 있는 모습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도 놀라왔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일본 애니메이션이 재미있구나 다른 애니메이션은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초속5cm'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고, 예전 극장 개봉작이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달아 보게 되었다. 보고 나니 역시 재미없는 애니메이션은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새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이제 사라진 것 같다.  문화란 것은 무조건 다양한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막혀있던 내 마음의 창을 하나 더 열어둔 것이다. 슬램덩크가 내게 준 일종의 선물이랄까? 아뭏든 이런 저런 생각에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