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일상다반사

수필읽기, 야생초 편지를 읽고

해피콧 2008. 9. 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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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변화혁신서적, 재테크 서적, IT관련 서적, 다른나라 잘알기 서적. 요즘 내가 읽은 책들을 크게 분류해 놓은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책들의 많은 수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들은 화려하고 꽃단장이 잘 되어있고 끌리는 제목들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 보고도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톡톡 튀는 그런 책들도 있고,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좋은 책들 또한 많이 있다. 사실 나는 책을 고를 때에 미리 계획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지 하기 보다는 도서관에 가서 주욱 훑어 보다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고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읽은 책을의 대부분은 위에 정리한 분류의 책들이었던 것이다.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책을 읽을 때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여러 분야의 책을 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의 독서 패턴을 보니 요즘 유행하는 책들에 비해 문학작품에 대한 비중에 상대적으로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내 생각을 실천하고자 의도적으로 수필이나 소설 등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있은 후 한동안은 책을 고르게면 나도 모르게 소설이나 수필을 고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역시 생각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이런 식으로 이런 저런 책을 읽다 보니 일종의 기호같은 것이 생겼다. 수필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특별히 수필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전엔 잘 몰랐던 수필에 대한 재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수필을 좋아하게 되었다.

머리속에 수필 수필 수필 하던 중 야생초편지를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유명한 책이다. 책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제목을 들으면 '아하 그 책' 하며 아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나도 사실 'MBC책을 말한다'에서 매주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코너에서 본 후로 이 책을 알았었다. 그리고 가까운 지인의 생일에 이 책을 선물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내가 읽지도 않았고 어떤 책인지도 자세히 잘 모르면서 TV에서 소개하고 좋은 책이라고 했던 기억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책을 선물도 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매스컴의 힘이 대단한건가 싶기도 하다. 한참 2003년 정도인가? 주위에 이 책을 보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보였던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해 보지는 못했다. 그 때는 그렇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2008년이 되어서야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항상 대부분 책을 읽은 동기가 우연한 계기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책을 읽을 때 우연한 계기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법이 좋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뭐 나쁠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직은 정리가 안된다. 지금의 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마 그런 기준이 생기게 된다면 훗날 글 하나 적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볼 계획이다.

야생초편지, 여담이지만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이 책이 편지글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실 좀 확대 해석을 했었다. 야생초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닐까 하는 느낌으로 생각을 했다. 글쓴이가 야생초의 1인칭 시점이 되어서 인간에게 편지를 하는 내용인가 하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내용이 이렇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이 주제도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의 배경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식물들도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나중에라도 식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길러 통찰력이 생기면 내가 직접 이 주제로 책을 내봐야 겠다.재미있을 것 같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 치고는 괜찮은 글감 주제인 것 같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야생초편지라는 책 제목을 보면 제목이 편지이다. 맞다. 이 책은 옥중에서 쓴 편지들을 묶은 것이다. 앗 하며 시작부터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매우 감명깊게 읽었던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배경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정치범으로 수감중에 쓴 편지라는 점에서도 이 책은 나에게 이미 친숙한 느낌이었다.십여년이라는 누군가의 오랜동안 정성이 담긴 편지라는 점에서 속독을 하기 보다는 정독을 하고 싶었고 글자 하나하나 꼼꼼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학창시절 농업을 전공하였기에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고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견해 때문에 억울하게 투옥되었다. 특히 억울함 때문에 쇄약해진 심신을 살려내기 위해 몸에 좋은 야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야생초편지의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감옥이라는 좁은 공간과 행동의 제약 때문에 시선이 점점 세밀한 하나하나로 확장해 나가다 보니 야생초같은 식물들, 작은 벌레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수는 1,2,3...100...10000...99999... 이렇게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또 1과 2사이에 있는 숫자의 개수도 무한대이다. 작가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세계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이는 시선의 속도와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야생초를 보고 지나갔다면, 작가는 가만히 멈춰서서 야생초를 지켜본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그 상황의 장점을 긍정적으로 살려낸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잔잔한 감동을 받아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책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수필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마도 나는 수필의 매력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어떤 누군가가 생각하는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것이 수필이다. 수필을 읽을 때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야생초편지를 읽고난 지금 나는 황대권이라는 작가와 만나서 대화를 한 기분이다. 수필을 읽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이 서로 대화를 하는 과정이다. 물론 그 대화는 재미있을 수도 재미없을 수도 있다. 수필을 읽으면서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사람과 얘기했구나' 하면 되고,  수필을 읽으면서 그다지 재미를 못느낀다면 '우리는 그냥 좀 심심한 사이인가보네' 하고생각하면 그만이다. 수필 읽는 것은 그렇듯 사람을 사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수필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자꾸 이야기 하고 싶어지고 만나고 싶어지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책과 평생 사귄다. 수필이라고 해서 따로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