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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헤르만 헤세 독서의 기술

해피콧 2008. 9. 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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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장서"
올바른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와 사고방식을 접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를 친구로 삼는 것을 뜻한다. 특히나 문학작품을 읽노라면 비단 몇몇 인물과 산건들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작가의 방식과 기질, 내면의 풍경, 나아가 작풍이나 예술적 기법, 사고와 언어의 림듬까지 접하게 된다. 한권의 책에 사로잡힐 때, 작가를 알고 이해하기 시작해 그와 모종의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그 책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라면 책을 내던지고 잊어버리는 대신 간직하고자 한다. 즉 필요할 때마다 독서와 경험을 거듭할 수도 있도록 값을 치르고 산다. 그렇게 책을 사는 사람, 그느낌과 정신에 마음이 움직여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읽어내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와 닿는 책들, 깨달음과 기쁨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가려 찬찬히 모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야말고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읽어대는 독자보다 더없이 귀하다.
책의 작용이란 수수께끼 같다. 아버지나 교사라면 누구나 자녀나 학생에게 시기에 맞게 양서를 읽히고자 애썼건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상한 관리와 저언이 아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나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자기만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는 문학작품으로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느끼는 반면, 그런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고 감미로운 일임을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호메로스에서 시작해서 도스토예프스키로 끝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으며, 문학을 끼고 성장하여 나중에 철학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도 있으니, 길은 수백가지다.
그러나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고 읽는 사람은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읽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니, 읽기 전이나 후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빈곤할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읽는 것은 흘러가거나 소실되지 않고, 그의 곁에 남고 그의 일부가 되어, 깊은 우정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리라.

"세계 문학 도서관" 
진정한 교양이란 완성을 추구하는 모든 노력이 그러하듯 어떤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육체의 힘을 기르고기예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혹은 강해지겠다는 목표 때문이기보다는 생명력과 자신감을고양시킴으로써,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생활과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을 더욱 강화시켜줌으로써 그 자체로 보상을 받는다. 
'교양', 즉 정신적, 영적 완성을 향한 노력도 이렇듯 어떤 특정 목표를 향한 고생스러운 노정이 아닌, 원기왕성한 의식의 확장이요 삶을 더욱 풍요롭고 신명나게 만들어주는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양은 진정한 신체단련과 마찬가지로 성취인 동시에 계기이며 어느 지점에 있건 목표를 이미 이룬 것이되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또 무한 속을 여행하는 것이고 우주 만물 속에서 공명하는 것이며, 시대를 초월한 어우러짐이다. 교양의 목표는 특정 능력이나 기능의 향상이 아닌,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를 이해하며 준비된 자세로 두려움 없이 미래를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한 교양으로 인도하는 길 중 으뜸이 되는 하나가 '세계문학의탐구'다. 즉 여러 민족들의 작가와 사상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난 세월이 우리에게 넘겨준 사상과 경험, 상징, 상상과 소망의 그 엄청난 보고를 차근차근 접하며 알아가는 것이다. 이 길은 끝이 없으니, 그 끝까지 이를 자가 아무도 없다. 어느 위대한 문화민족의 문학 하나라도 무불통지가 불가능한 마당에 더군다나 온 인류의 문학에 통달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수준 높은 사상가나 작가의 작품 하나라도 속 깊이 이해한다면, 이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의식과 이해를 접하는 하나의 성취이자 행복한 경험이리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택해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타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아니 그 총체와 더불어 활발하게 공명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삶이 그저 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닐진대,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의미다. 독서로 정신을 '풀어놓기' 보다는 오히려 집중해야 하며, 허탄한 삶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거짓 위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독서는 우리 삶에 더 높고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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