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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볼만한곳, 조선왕릉 선릉 정릉 (선정릉) 도심한복판에 이런 명소가

해피콧 2017. 6.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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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인 선릉, 정릉에 다녀왔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조선왕릉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서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 조선왕릉 선릉은 도심속에서도 아름답게 보존되고 관리되어 그 빛을 발하는 명품 문화유산이었습니다. 서울 강남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을 전 왜 진작에 몰랐을까요? 강남엔 정말 없는게 없습니다. 

 사실 어제까지는 선릉역에 선릉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지하철 2호선을 그렇게 많이 타고 다니며 선릉역을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지만 지금까지 그게 조선왕릉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좀 부끄럽네요. 요즘 여행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참 많이 알게 됩니다. 

서울에서는 이동을 할 때면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마치 두더지 처럼 땅속으로만 다니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야지만 땅 위로 올라가곤 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동네 이름은 그냥 역 이름일 뿐이였습니다. 선릉도 마찬가지였죠. '릉'자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무슨 왕릉같은건가 하고 스쳐 지나가듯 생각은 했었 것 같습니다. 아마도 찾아보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집에 돌아가면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당시의 기억은 몇시간만 지나도 늘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선릉 답사를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좀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주말에 있었던 결혼식 때문에 예식장 위치를 알기 위해 선릉역 주변 지리를 알아보던 중, 선릉역 주변에 조선왕릉인 선릉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남 한 가운데 조선왕릉이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거든요. 기존에 알고 있던 융건릉과 같은 조선왕릉이 이 곳에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죠. 제가 살고 있는 수원 근처에도 조선왕릉인 융건릉이 있어서 세 번 정도 다녀왔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융건릉에서의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기에 선릉도 분명 가볼만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도 갈 겸 선릉을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선릉의 입장료는 어른은 1000원입니다. 일요일 3시정도로 사람이 많을 법도 한 시간임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적은 금액일지라도 입장료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주변에 온통 푸른 잔디와 나무들에 둘러쌓여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푸른 숲 사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니 선릉 정자각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목조건물로 선릉의 제사를 지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간혹 문화재들 중에도 훼손이 심하거나 망가진 문화재들이 많지만 선릉은 조선시대의 왕릉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후로 늘 관리가 되어서인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선릉에는 들어온 이후로 사방이 온통 초록입니다. 눈록이라고 해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록이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여린 잎들의 색처럼 연한 녹색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색깔입니다. 눈으로 본 그 빛깔을 사진으로 찍어도 그 싱그러운 모습은 어디로 가지는 않습니다. 겨울동안 숨어있던 잎들이 막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온 천지에 여린 잎들이 눈록빛으로 가득합니다. 소나무 처럼 겨울 내내 잎이 있던 나무들의 짙은 녹색과 대비되어 막 돋아난 잎들의 나무와 어울려 초록색만으로도 알록달록한 숲의 모습을 만들어 냅니다. 마치 단풍같습니다. 초록의 농도만으로 이루어진 단풍이 되겠지요. 초록빛으로 가득한 선릉에서 걷는 산책길은 여기가 서울임을 잊게 만듭니다. 서울에서 몇시간은 떨어진 어느 한적한 숲길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타임머신이 시간을 초월해주는 기계라면 선릉은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믿지 못하시겠는 분은 직접 한번 와보세요. 제가 느낀 그것을 알아차릴 수 겁니다. 


 5월1일 봄날씨는 제법 따뜻합니다. 살짝 덥다고 느껴지다가도 나무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합니다. 걸어서 성종대왕릉쪽으로 향합니다.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담아가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입니다. 멋진 곳에 오게 되면 멋진 풍경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자연을 감상하면서 그런 욕심을 가진 제가 갑자기 부끄러워져 살짝 욕심을 내려놓고 카메라에 담아지는 만큼만 담아가기로 합니다. 멀리 보이는 빌딩 숲과 묘하게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성종대왕릉 앞에 도달하니 몇 명이 모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 곳 관리소에서 나오신 안내자 할아버지께서 선릉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정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까 왕릉의 구조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선릉이 가지는 의미와 조선왕조의 역사적 사건들이 잘 겹쳐지면서 선릉에 대한 관심도가 쭈욱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이 곳의 아름다움만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왕릉 선릉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해지면서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안내 자료에는 잘 나오지 않는 내용들을 위주로 기억나는 대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선릉은 성종의 무덤입니다. 성종은 경국대전 등으로 조선의 법제체제를  완비한 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선릉은 성릉의 아들 중 다음 왕위에 오른 연산군의 작품입니다. 연산군은 우에 폐위가 되어서 연산군으로 강등되긴 하지만 왕위에 있던 시절 아주 똑똑한 대단한 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산군은 신하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기 위해 왕권의 강화를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선릉을 만든 것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선릉을 보면 아주 화려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조선왕릉중 가장 신경써서 만들었을 겁니다. 신하들이 이렇게 저렇게 토를 달지 못하였고 연산군의 입맛에 맞게 최대한 화려하게 지은 것이 선릉입니다. 그리고 후에 이때의 왕릉을 기틀이 되어서 왕릉의 형태가 틀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봉분의 아랫부분을 보면 돌로 테두리를 두른 것이 있는 데 이것이 병풍석입니다. 이 병풍석에는 십이지상이 새겨져 있는데 구름들 가운데에 보살이 있고 보살이 쓰고 있는 모자에 십이지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잘 안보이긴 한데 아래 사진을 보시면 잘 보이는 면이하나 있습니다. 화려해 보이죠?  그리고 그 위에 각각의 방위마다 놓여진 삐죽 나온 돌은 인석이라고 합ㅂ니다. 인석의 역할은 쌓아올린 흙이 병풍석을 밀어낼 때 바깥으로 힘이 발생하기 때문에 밀려나지 않도록 안으로 끌어당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병풍석의 연결부에 돌로 쐐기같은게 박혀있고 위에서 인석으로 눌러주어 병풍석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인석은 바깥으로 30cm정도 나와있고 봉분 내부로 150cm정도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병풍석 아래에는 비가 왔을 때 물을 바깥으로 흐르게 해주는 치마석이 있습니다. 병풍석안에 쌓은 흙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방지해 주었다고 합니다. 정현왕후릉에는 병풍석이없기 때문에 바닥부터 흙으로 쌓아올린 형태이기 때문에 이 치마석 또한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선릉에 신경을 무척이나 많이 썻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바깥으로 무덤을 두르고 있는 난간같은 것이 난간석입니다. 이 난간석은 무인석과 함께 왕릉을 구분짓는 중요한 표식이라고 합니다. 왕릉을 구분짓는 기준으로 삼는 두가지가 바로 이 난간석과 문인석 앞에 있는 무인석이라고 합니다. 특히 연산군 이후에는 왕릉에만 무인석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연산군때 이전에는 왕릉이 아니어도 무인석이 있을 수 있지만 선릉이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왕릉이 아니 무덤에 무관석을 세워 두는 것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군인이 지키는 개인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왕권 강화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왕릉을 지키는 문관석, 무관석, 말, 석호, 석양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석등에 왜 물이 들어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망주석에 있는 귀 모양의 문양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망주석에는 귀처럼 튀어나온 문양이 있는 데, 기록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의 여러 추측중 그럴싸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왕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 백성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일이라 하여 귀모양을 만들어 넣었다는 학설이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옆에 있던 분이 도굴에 관해 질문을 합니다. 안내자 할아버지께서는 그 이야기를 하면 또 이야기가 길어지죠 하고 말하면서 또 설명을 해주십니다. 왕릉은 관청을 두고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도굴을 당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임진왜란 때 왕릉의 관리를 하지 못했을 때 선릉이 도굴을 당했다고 합니다.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의 왕릉에는 금은보화같은 유물은 없었다고 하니 도굴꾼은 소용 없는 짓을 한 것이죠. 이 때 파헤쳐진 성종이 유골이 불태워졌지만 이후 이를 수습해서 다시 넣었다고 하니 선릉에는 성종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고 보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기타 등등 조선왕릉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 기록에 의한 부분도 있었고, 후대의 학자들이 연구한 여러 학설에 입각해 설명해 준 부분도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야기까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곳에서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니 없던 관심도 샘솟습니다. 질문도 하고 답변도 해주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안내자 할아버지께 정말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조선시대와 역사, 왕릉에 대해 박학다식할 뿐만 아니라 설명을 해주는 말솜씨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조리있고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능력까지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선릉에 가시게 되면 꼭 안내를 받아서 설명을 들어보세요. 질문도 많이 하시고요. 정말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아래에 보이시나요? 구름무늬 사이에 있는 십이지신 문양의 모자를 쓴 보살의 모습이... 


이제 정현왕후의 릉으로 향합니다. 정현왕후의 릉은 바로 앞에까지 가볼 수 는 없습니다. 테두리 쪽에서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옆에서만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정현왕후릉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병풍석과 치마석이 없습니다. 병풍석이 없으니 자연히 흙 밑으로 물이 빠지게 되니 치마석도 필요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왕릉이기에 난간석과 무인석도 있습니다. 성종의 첫번째 왕비는 소실이 없었고, 두번째 왕비의 아들이 연산군이었고, 연산군이 폐위된 후 세번째 왕비인 정현왕후의 아들인 중종이 왕위에 오릅니다. 정현왕후는 중종의 어머니 이고 정현왕후릉은 중종이 만든 것이죠. 연산군을 몰아낸 당시의 세도가가 말을 잘 듣는 중종을 앉혀놓고 정치를 했으니 중종의 왕권은 약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역사가 정현왕후릉에 고스란이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선릉과 비교해 많이 간소화 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왕릉을 통해 당시의 이야기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안내자분의 설명을 들은 덕분이지요.


선릉과 정현왕후릉을 보고 난 후 출입문 오른편으로 산책로를 따라 정릉으로 향합니다. 정릉은 중종의 릉입니다. 여기서는 설명을 듣지 못해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이는 정릉에는 병풍석이 보입니다. 신경을 좀 썼군요 난간석과 무인석도 보입니다. 고석, 혼유석 등등의 어려운 용어들을 구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아까 30분 정도 왕릉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게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정릉은 홍실문과 정자각 능침이 일직선상에 위치가호 있습니다. 참 잘 만들고 잘 보존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왕릉이 40기가 있다고 하니 다른 나머지 수십여기의 왕릉엘 가게 되더라도 이제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릉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왕릉에 대해 좋은 안내자분을 만난 것이었지만, 이에 절대 뒤지지 않게 좋았던 것이 바로 산책길입니다. 선릉 자체만을 보기 위해 찾는 분들도 있겠지만 잘 관리된 선릉의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는 게 정말 좋습니다. 바쁜 도시의 일상을 사는 우리 스스로에게 잠시 쉼표하나 찍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선릉에서의 산책을 하며 머리를 식혀 보실 것을 강추해봅니다. 저는 동네 주변 수원 만석 공원으로 산책을 자주 다닙니다. 만약 제가 강남권에 살아야 한다면 선릉 근처에 살고 싶네요. 선릉에 한달 정기권 같은거 사놓고 수시로 산책하러 올 것 같습니다. 저야 강남권에 사는 건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이동네 사시는 분 계시다면 이 좋은 것을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무조건 와보세요. 런닝머신에서 걷지 마시고 선릉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걸어보세요.  

혹시 선릉이 멀어서 오시기 힘든 분이라면 아래 사진으로라도 눈으로라도 산책길을 한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좋은 명소가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이런 숲이 있다는 데 또 한번 놀라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의 숲에 한 번 더 놀라시기 바랍니다.

 저는 조선왕릉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도 자주 여러 왕릉을 가 보렵니다. 함께하실 분 있으신가요? 


여행일 : 2011/05/01 (일)

교통편 : 지하철 이용 . 2호선 선릉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