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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급 며느리 감상평, 가볍고 유쾌하게 본 B급이라 좋은 영화

해피콧 2018. 7. 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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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육아로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다. 주변아이들보다 조금 예민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엄마 아빠 아이 모두 다 힘들어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육아에 관련한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사람의 성격유형, 기질, 심리 관련 컨텐츠를 많이 찾아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에 팟캐스트 '조선미의 우리가족심리상담소' 를 알게 되어 첫회부터 1년치를 정주행중이다. 


육아를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이 된 탓일까. 남편으로서 남자임에도 엄마들의 힘든 육아이야기에 늘 격하게 공감을 한다. 마치 내가 엄마인 것처럼 말이다. 엄마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겪어본 일이 없는 아빠임에도 방송에 나오는 엄마들의 힘듦에 맞아 그렇구나 하면서 관심을 갖고 듣게 되고 그러면서 막연하게만 알았던 엄마들의 고통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힘들어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아마도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게 남편으로서도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방법을 찾아 덜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나의 큰 관심사이다. 


팟캐스트에서는 누군가의 사연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원인과 해결방안까지 짚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방송의 내용들이 우리 가족의 경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아닐지라도 이런 어려움, 저런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듣고 있으면 어떤 방향성을 담고 있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 방향성에 공감하는 나로서는 도움이 되면서 또한 정말 재미가 있다. 이 내용들을 아이 엄마와 함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이야기 해보고 싶고, 서로의 의견도 교환하고, 공감가는 내용들에 대해 같이 실천도 해보고싶은데 아직은 쉽지 않다. 아내도 관심을 가지려면 시간이 더 필한 걸까. 들어보라고 해도 잘 듣지 않으니 말이다. 억지로 들려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가끔 소극적으로 조심스레 찔러보고 있는 중이다. 같은 내용을 같이 듣고 배경지식이 같은 상태이면 이야기가 잘 통할텐데 내가 이야기를 꺼내도 그냥 그 이야기가 허공에 맴돈다. 내가 하는 말이 그렇게 설득력이 없는 모양이다. 정말 말을 잘해서 설득력이 있고 싶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을까? 수년째 해오는 나의 고민이다. 이러면서도 나는 재미있으니 팟캐스트를 열심히 첫회부터 쭉~ 훑으면서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어느 회차에선가 영화 B급며느리에 대한 소개를 하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 그렇구나 저런 다큐 영화가 있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그 다음회차에서 그 B급며느리의 남편인 감독과 며느리 본인이자 배우로 출연한 부인이 방송에 섭외가 되서 팟캐스트에 출연을 한 것이다. 방송을 듣는데 부부의 대화가 너무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이다. 그 팟캐스트를 다 들으니 영화 B급며느리를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고를 때 주로 좋아하는 장르는 로맨틱코미디나 헐리우드 대작 액션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평론가가 추천해주는 생각할 만한 주제가 있는 영화들도 즐겨 본다. 그래서 영화를 좀 다양하게 보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큐영화를 봤던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큐영화를 볼만한 동기부여가 없었던 것일 것 같다. 그냥 나 스스로 다큐영화 재미있겠다 하고 생각해본 적은 잘 없긴 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는 좋아하지만 다큐영화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분야인 것 같다. 이 B급 며느리 영화도 다큐영화라는 말이 붙어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이미지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또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상황에 대한 적지 않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봤을까? 아마 이 다큐영화의 이야기와 내가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무언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중인 사람이라는 동질감에 공감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주인공 부부의 실제 대화를 듣고 있으면서 그냥 이 영화를 무조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응원을 하고싶기도 했고 그 이야기에 나를 대입하고싶은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부부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다 나를 그 상황을 대입하고 몰입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꾸 심리상담 컨텐츠를 접하다 보니 이런 부부문제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아졌나보다. 


여차저차 해서 다큐영화 B급며느리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어? 이거 참 재밌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보다 보니 끝이 났네 이런 느낌었다. 솔찍히 영화를 보기 전에 마음가짐을 좀 다지고 약간 심각한 내용들이 나오더라도 감수하고 봐야지 하는 각오도 했었는데, 그런 무거운 장면은 나오지 않고 약간 여지를 남긴 채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 것 같은 상태로 끝이 나다 보니 무언가 속은 느낌? 도 약간은 들었다. 생각해보니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다. 무언가 정답을 제시하려고 하는 게 아닌 실제 있었떤 살아있는 이야기를 웃고 울고 화나고 하는 모든 감정을 그냥 그대로 담아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인생은 행복해야되, 좋아야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하게 가볍게 이야기를 옆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이렇게 너무 가까이서 훔쳐봐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로 정말 가감없이 다 보여주니 마치 내 일인 것 처럼 느껴져서 내 마음이 너무 심하게 몰입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때로는 며느리 입장에 몰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시어머니 입장에 몰입이 되기도 한고, 남편의 입장에 나를 대입해 보기도 한다. 이렇게 몰입감이 심하게 되었던 영화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프로몰입러라도 된 걸까? 왜이렇게 몰입이 되는지 정말 영화를 보면서 몇 번 씩이나 눈물도 흘렸다. 슬퍼서라기 보다는 그냥 감정이 그대로 복사가 되어서 눈물이 흐르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나보다. 며느리가 나빠서 아니면 시어머니가 나빠서 아니면 중간에 남편이 나빠서 라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이 처음부터 있었나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며느리가 나오면 며느리가 나쁘진 않았으면, 시어머니가 나오면 시어머니가 나쁘진 않았으면, 남편이 나오면 남편이 나쁘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면서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끝날때 까지 누구도 나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내가 가슴졸인 걸 알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나빴기 때문에 그럼 그렇지 저렇게 나쁘니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리는 이야기라면 너무 싱거울 것 같았는데 정말이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그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니 영화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내게는 의외로 긴장되는 영화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도 무지 빨리 끝난 것 처럼 느껴진다. 


B급 며느리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기 보다는 이걸 보면서 느꼈던 의외성에 대해서만 좀 더 이야기 하고 마무리를 하려 한다. 정말 의외의 경로를 통해 보게 된 영화, 자신 부부와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특이한 컨셉의 영화, 그리고 이런 다큐 (컬트?) 영화를 잘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이걸 보게 된 의외의 상황들이 다 만나서 의외로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영화는 많이 보지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그냥 혼자 즐기는 영화애호가인데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싶어져 입이 근질근질하다. 사실 이야기 해도 같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블로그에라도 적어야겠다. 영화 B급며느리를 보고난 지금 내 가슴 어딘가가 건드려졌나보다. 그러니 이렇게 블로그에라도 주저리 주저리 감정을 남겨야 좀 풀릴 것 같다.